3년 전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여보, 집이 좀 춥지 않아요?” 정말 그랬다. 겨울이면 어쩐지 방 안이 좀 서늘한 것 같았다. 더운 방도 있고, 추운 방도 있다. 집은 하난데, 방마다 온도는 들쭉날쭉했다. 당시엔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다. 아내의 말도 흘려 들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앙난방식 아파트에서 입주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
3년이 지났다. 3년 전 아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파트의 난방에 정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추운 방과 더운 방이 뚜렷이 갈렸다. 3년 전과 달리 회사를 그만 둔 덕분에 시간이 남았다. 겨울 난방비와 직접 연관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관심도 생겼다.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김규호씨가 ‘라즈베이파이’와 ‘아두이노’, 노드JS를 활용해 아파트 난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코딩을 시작한 까닭이다. 김규호씨가 완성한 아파트 난방비 절감 프로그래밍 자료는 슬라이드셰어로 공개돼 있다.
“처음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시작했어요. 집에 난방 온수 파이프가 2개가 있거든요. 하나는 뜨거운 물이 들어오는 거, 하나는 차가워진 물이 나가는 거. 원래는 집 안으로 들어온 따뜻한 물은 방 안에 열기를 다 던져놓고 나가야 하잖아요? 아니더라고요. 나가는 물도 따뜻했던 거죠. 아,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손으로 만져가며 시작했죠.”
대부분의 아파트는 바닥에 설치된 온수 파이프로 난방을 한다. 옛 온돌의 현대적 변형이다. 과거에는 아궁이의 열기가 방안을 돌고 나갔지만, 지금은 온수가 이를 대신한다. 뜨거운 물이 온 집안을 한 바퀴 돌아 온도를 높이는 원리다. 여기까지는 흔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집안을 휘감고 나가는 물이 따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난방 효율이 나쁜 아파트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
김규호 씨는 우선 손으로 밸브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이 흐르는 방 밸브는 조금 잠그고, 차가운 물이 도는 방 밸브는 살짝 열어줬다. 그렇게 며칠을 하자 집 안 열기가 골고루 퍼졌다. 방 사이의 온도 차이도 줄어들었단다. 문제는 기온이 더 떨어진 추운 날 집 안으로 온수를 끌어들이는 마스터밸브를 열었더니 그간 이룬 방 사이의 온도 평형이 깨져버렸다는 점이다. 방끼리 온도 차이는 다시 처음처럼 벌어졌다. “아, 이거 나름의 복잡계로구나.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김규호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손을 거뒀다. 첫 번째 성공이자 첫 번째 실패다.
두 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방법 말고, 자동으로 밸브를 여닫을 수 있는 제품을 찾았다. 있긴 했는데, 기능은 단순했다. 방 온도가 내려가면 온수 밸브를 열고, 올라가면 잠그는 기능뿐이었다. 각 방을 통과하는 온수는 옆 방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진다는 복잡한 문제를 통제하긴 역부족이었다. 여러 문제 중 자동화 문제 하나만 해결해 준 셈이다.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가 김규호 씨에게 새로운 답이 됐다. 직접 제어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두이노로는 온도 센서를, 노드JS와 MySQL로 온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그래프로 보이도록 하는 작업은 구글 시각화 도구가 도움이 됐다. 아두이노 온도 센서를 난방수 밸브에 부착하고 방 안을 돌아 나가는 난방수의 온수 온도를 직접 확인했다. 온도는 시각화 도구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김규호 씨는 집 밖에서도 집 안 난방수 온도를 스마트폰 웹브라우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본문 링크 아래...
http://www.bloter.net/archives/220360
http://www.slideshare.net/KyuhoKim/20150122-valve-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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